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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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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태일
  • 청옥고등공민학교시절(대구)
  • 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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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청옥고등공민학교. 전태일


    1963년 5월. 다시 대구로 돌아온 전태일은 당시 명덕초등학교 안에 가교사를 두고 있었더 청옥고등공민학교에 입학하였다.

    청옥고등공민학교는 야간학교로 선생님들은 주로 사범대학생들이었다.
    태일의 학력은 그때까지 초등학교 4학년 중퇴가 전부였다.
    게다가 그가 청옥에 입학했을때는 진도가 이미 2개월가량 나가 있었으므로 진도를 따라가기가 무척 힘들었다.
    태일은 다른 학생들이 놀때에도 영어단어와 수학공식을 외워야 했고 또 집에서는 아버지의 재봉일을 도와야 했다.
    쉴 새 없이 고달픈 생활이었지만 생전 처음 맛보는 즐겁고 보람찬 나날이었다.
    전태일의 수기를 찬찬히 읽어가노라면 그가 청옥시절의 한순간 한순간을 다 기억하다시피하고 그 순간들을 두고두고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 나는 기초지식이 없어

      영어와 수학과목은 이해하는데 무척 힘이 듭니다. 그렇지만 다른과목은 다 재미있고 50분 수업시간이 너무 짧은 것 같았다. 정말 하루하루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우리 반에서도 나는 인기있는 학생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처지였지만 잠시나마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고 말을 조금 재미있게 하는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반 실장은 낮에는 철공소에 다니고 밤에는 학교에 다니는 모범학생이었다. 부실장은 김예옥이라는 예쁘게 생긴 여학생으로 반에서 1.2위를 다투는 수재였다. 나는 이 부실장이 좋았다.
      피나게 영심히 공부에 공부를 더한 나의 노력의 보람이 있어 우리반 실장이던 박천수가 학교에 못 다니게 되자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실장의 임무를 주셨다.

    • 맑은가을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깊었으며 그늘과 그늘로 옮겨다니면서 자라온 나는 한없는 행복감과 인간만이 누릴수 있는 특권인 서로간의 기쁨과 사랑을 마음껏 느꼈습니다. 내일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나는 내가 살아있는 인간임을 어렴풋하게나마 깨닫고 조물주에게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 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감정에는 약한 편입니다. 조금만 불쌍한 사람을 보아도 마음이 언짢아 그날 기분은 우울한 편입니다. 내 자신이 너무 그런 환경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체육대회 날

      점심시간에 나는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식당에서 다른 선수들과 나란히 자리를 같이 하면서 남녀 선수들과 같이 즐거운 대화를 나눌 때 문득 내가 아직도 서울에서 방황하고 있었으면 어떻게 되었겠냐를 생각하였다. 그 순간 가슴이 뭉클하면서 어떻게든 끝까지 공부를 해서 지금도 서울에서 고생하고 있는 친구들을 그리고 거리에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5원의 동정을 받고 양심까지도 다 내어보여야하는, 언제든지 밑지는 생명을 연장하려고 애쓰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리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전태일이 그 지독한 가난과 서러움 속에서도 절만하거나 타락하지 않고 당당하고 정의롭게 살수 있었던 힘은 그 험난한 생활에서 비롯된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 사랑에서 비롯된 사회개혁의 높은 꿈과 사명감이었다.

    청옥에서의 꿈같은 학교생활은 채 1년도 못되어 중단하게 되었지만 청옥시절 품은 인간 존엄에 대한 사상과 약자에 대한 사랑, 우애와 학습의 기쁨은 그의 가슴깊이 깃들여 졌다.

    조영래 지음 ‘전태일 평전’ 중에서